아침에 엄마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저도 아침잠이 많지 않은 편인데 엄마는 저보다 더합니다.
얼른 일어나라이~!
미술관 가려면 시간이 없다고!
진짜 징합니다 징해
아무튼 일어나서 준비하고 호텔 밖으로 나오니 9시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맛없는 라멘집 가서 아침은 좀 괜찮은 곳으로 가려고 구글맵으로 아침 식사 되는 평점 높은 곳을 찾았는데
규동같은 것을 파는 음식점인줄 알았는데 그냥 비싼 뷔페였음
(인당 2950엔)

그래도 가격이 비싸니 음식이 그렇게 맛없진 않더이다
엄마가 5만원 내고 내가 만원 보탬...
신주쿠 역 앞에서 한 컷

다음 행선지는 르누아르 & 세잔 전시가 있는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
신주쿠역에서 도쿄역으로 이동한 다음

진짜 이동하는데 무지하게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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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오쿄오 에키
입장료는 1500엔이었던가? 2000엔이었던가?
외국인 여권을 제시하면 100엔을 깎아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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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1호관 (퍼온사진)
일단 미술관 건물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원래 1호관 미술관은 1884년 미쓰비시가 국가로부터 마루노우치 역 인근 부지를 부하받아서 지은 미술관인데
1960년대에 허물고 2010년에 다시 똑같이 복원해서 지었다고 한다.
일본은 복원해서 지켜야 할 근대사가 있고 비록 패전이지만 역사에 연속성이 있다는 게 부럽다.
우리는 일제 잔재로 간주되어 지워야 할 역사고,
그 와중에 독립운동도 계파 갈등에 오염되어서 의견이 분분한데
초 6 때 르누아르전이 있어서 엄마랑 형이랑 서울에 올라가서 본 적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르누아르가 여자 누드를 엄청 많이 그리는 화가인데
그 당시엔 영화를 볼 때도 키스신이 나오면 엄마가 원태야 찬하야 눈 가려 눈 가려했던 시절이라
르누아르가 뭘 그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전시회장 앞에서 당황하고, 안에서 같은 학원 여자애를 만나서 또 당황했었다
당시 진짜 남사스러운? 그림들이 많아서 눈을 어디에 둘 지 몰라서 너무 불편한 전시회였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러서 다시 엄마랑 같이 르누아르 작품을 보는데
참 시간이 많이 지났다 싶다.
다시 15년이 흐른 뒤에도 엄마랑 미술관을 갈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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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Pear Tree -르누아르
구면인 작품들 몇 개랑 인상 깊었던 작품을 몇 개 찍어봤다.
세잔 작품 45%, 르누아르 55% 정도 비율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찍은 것 보면 거의 르누아르다
확실히 나는 르누아르의 세심한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세잔의 작품은 붓 터치 하나하나가 구분감이 있어서 뭐랄까 콩이 아직 살아있는 강된장 같은 느낌이고,
르누아르는 붓 터치가 구분되진 않고, 색감이 좋아서 고추장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림의 핵심부에 세세한 묘사, 주변부를 날리는 묘사가 사진 같아서 좋았다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이젠 엄마랑 헤어질 시간이다.
각자 취향에 맞게 오후 시간 보내고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야스쿠니에 가고, 엄마는 도쿄 신미술관, 도쿄타워 근처 스타벅스로 떠났다
다음 목적지인 야스쿠니 신사로 가기 위해 쿠단시타 역에서 내렸다.
역을 나오자마자 내리쬐는 햇볕
날씨가 너무 맑아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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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신사 문, 신사의 이런 문을 토리이라고 부른다
야스쿠니 신사는 한자로 靖國神社(정국신사)라고 쓰는데 나라를 안정하게 하는 신사라는 의미를 담는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이전 막부에서 천황으로 정권 교체시기 천황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부터 우리들이 태평양 전쟁 전몰자들, 그리고 전범들까지 안치되어 있다
한 번 합사 된 사람의 영혼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서 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합사를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A급 전범들은 1970년대까지 안치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안치하지 않았는데 1978년에 새로운 야스쿠니의 최고 제관이 몰래 합사를 결정하고부터 안치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이에 유감을 표하고, 일왕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참배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내부에선 어둠의 현충원 느낌
저 큰 토리이를 지날 때마다 일본인들은 신사 내부 신전 방향으로 깍듯한 30도 인사를 올리고 지나간다.
괜스레 눈치 보이긴 해서 나도 문을 넘어 들어갈 때 쓰고 있던 모자는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절은 할 필요는 당연히 없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 차원에서 모자 정도는 벗는 예의를 차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한 5분쯤 걸었는데 열사병 걸릴 것 같았는데
신사 탐방 일시 중단하고 근처 편의점에 달려갔다.
아사히 드라이를 한 캔 사서 그 자리에서 원샷을 하니까 살 것 같았다.
맥주가 들어가니 더위가 슥 가시면서 허기가 올라왔다.
다행히 3시인데도 근처에 문을 연 음식점들이 좀 있었고, 그중 카레 맛집을 찾아 들어갔다.
컨셉을 특이하게 잡았는데 육상자위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를 컨셉으로 한 카레 메뉴들이 있는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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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간판
가게 내부엔 수많은 자위대 패치들과 전함, 전투기 미니어처, 부대 코인들이 즐비했다.
밥때가 지나서 손님은 2팀 정도 있었고, 황송하게도 다찌석이 아니라 4인 석으로 안내해 주셨다.
카레와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1600엔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맛있다. 가라아게는 바삭하고, 육즙이 풍부했고, 카레는 매콤하고, 녹진했다
적당히 아무대나 들어가도 맛집인 일본. 이 맛에 일본 여행한다 싶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여정 재개 아까 중단했던 오무라 마스지로 동상으로 돌아갔다.
논란이 많은 건물이라 그런지 허리에 권총을 찬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젊은 사람은 없고, 50대 정도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인 게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경비 경찰은 거의 젊은 사람 시키는데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계셔야 할 분들이 왜 이런 땡볕에...
동상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두 번째 토리이가 나온다.

여기가 헬 구간이었다. 응달이 없어서 땡볕을 받으며 지나갔다.

두 번째 토리이를 지나면 듬성하게 나무가 심어진 숲과 기념품 상점이 나온다.
나무 그늘을 밟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오동나무 무늬로 장식된 장막이 상단을 장식하고 있고, 저 신전 내부엔 의외로 별게 없었다.
주변에 경찰들이 좀 많아서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유심히 보진 못했지만, 그냥 나무 마루가 전부인 것 같았다
천장을 봤어야 했을 것 같은데 저 옆에서 막 두리번두리번할 자신이 없었다
다음은 여기를 온 진짜 목적인 야스쿠니 신사의 박물관인 유수관(遊就館) 관람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역사와 전쟁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인데
여기를 꼭 오고 싶었던 이유부터 해명하자면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의(편향된) 역사를 공부하고 자라왔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 한일 관계와 역사를 바라본다
그런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상대의 변명은 들을 기회가 잘 없고, 또 듣더라도 왜곡돼서 전달된다
그들 입장에서의 편향된 설명도 내 눈과 귀로 들어보고 내 편향을 좀 덜어내고 싶었다
- 일본 정부가 대놓고 지지하지 않지만,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자신들의 진실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금단의 지식을 탐구하는듯한 묘한 흥미진진함

입장료는 성인 1,000엔, 대학생 500엔

전시는 너무 흥미로웠고 돈이 아깝지 않았다.
기대보다 더 편향되고, 편집된 역사를 보았다.
비단 태평양 전쟁에 대한 전시만 있는 게 아니라 천황 복권 과정부터 태평양 전쟁 전후까지의 역사여서
몰랐던 일본 역사와 문화를 많이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논조는 반성보다는 일본 입장으로 (좀 많이) 편집된 사실묘사를 건조하게 전달하는 느낌으로 일본의 역사에 대한 방어기제를 보는 느낌
논란 포인트인 한일 합병에 대해서는
청나라가 조선을 삼켜서 일본을 위협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조선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엔 동학 운동을 혼란을 조장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동학 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조선왕조가 먼저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고, 일본은 이 도움 요청에 응해 진압했다.
조선 관군들도 농민군을 일본군 보호구역으로 들어갈 때 일장기를 들고 진입하는 신문 기사등을 인용한다(이건 몰랐네)
그리고 임오군란(1882 coup d'etat라고 표기함)과 여러 가지 사건등
내 기억엔 우리 역사책에서 좀 긍정적인 뉘앙스로 해설하던 근대사 사건을 중립적이거나 일본 식민지배 정당성을 부여하는 편향적 시각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봉준 등을 영웅시하던 문학들을 읽고 자라서 그런지 이런 시각이 신기하다
을사조약은 다루지 않고, 한일 합병은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그냥 1910년 일본이 조선을 통치하게 됐다라고 나오고 끝난다 (일본에선 일한합병으로 표기한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았는데
러일전쟁이 있었는데 이걸 정말 크게 다루고, 엄청난 승전의 역사로 전시를 한다.
만주국 역사는 우리가 아는 그 주장.
혼란스럽고 군벌이 판치는 만주의 평화를 위해 자치적인 국가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었다~ 라는 내용으로 전달한다.
난징 대학살은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고, 건조하게 난징에 소요를 일으키는 세력들이 많아서 이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해서 통치했다~ 라고 한다
그리고 천황에 엄청 관심이 많은 박물관인 것 같다. 역대 천황의 복색, 어린시절 편지, 결혼식, 야스쿠니 참배 사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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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Torpedo라고 써져있는데 잠망경이 있어서 "흠 뭐지??" 했는데
그 악명 높은 유인 어뢰였던 거
전시가 내용이 편안하진 않지만, 정말 유익하다
도쿄에 혼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생각보다 이른 4시 30에 전시 마감이라서 서둘러서 봐야 했는데 그게 좀 아쉽다.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지 다리가 아팠다.
그럼 다음 행선지는 온천!
지하철 타고 30분 + 걸어서 20분인 온천인데 900엔 남짓의 입장료에 노천탕도 있고 후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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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려 온천으로 20분 걷기
노천탕에서 수영장 냄새가 나서 살짝 편안한 온천욕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이하게 노천탕 중에 누워있을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목침이 있고, 3센치정도 온수가 차있어서 등을 물에 담그고 잠깐 잘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게 은근히 킥이었음 그래도 사우나나 냉탕 등은 만족.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니까~
바로 앞에 백화점이 있어서 구경 잠깐 하고 엄마한테 줄 크라페를 샀다.
효자가 따로 없다.

저녁은 이케부쿠로역 근처에서 1인 야키토리집에 가서 산토리 생맥주와 닭구이를 먹었다.
3,000엔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무난한 야키토리집.
호텔에 가서 엄마랑 크라페 나눠먹고 기절했다.
